사이카 마고이치
신분은 자신을 나타내는 거울이니, 절대로 위를 탐하지 말라. 상승을 갈망하며 날개를 돋아 올라간다 한들, 태양의 열기에 전부 타버릴 지어니. 분수를 깨닫고, 제 자리에 만족하며 유유자적 하여라. 산중에 위치한 작은 초가집 근처에서 큰 총성이 울리자, 철새 떼들이 무리지어 숲을 빠져나온다. 무리보다 뒤쳐진, 가여운 한 마리의 새는 붉은 피를 흘리며 하늘에서 떨어진다. 이것도 새들만의 신분차가 야기한 결과라면. 마고이치는 제 아랫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. 보이지 않지만, 명백하게 자리한 벽을 아무리 뛰어넘고, 부수려 발버둥해도 현실이, 또는 제 역량이 이를 가로막았다. 한 번 실패할 때마다 지푸라기보다 연약한 희망은 수평선 너머로 지는 태양빛처럼 사라지고, 절망은 밤을 알리는 어둠처럼 천천히, 하지만 확..